Page 102 - BOOK01_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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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도중에 포장마차에 잠시 들려서 가락국수를 먹는데,,, 여기저기 피가 내비치

               니까 주인 아저씨가 얼마나 겁을 내던지, 국수 한 그릇 뚝딱 먹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하숙집에 와서 잤다.



               그 다음날 나는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신이란 친구가 들어왔다.
               “권 형, 갑자기 짐은 왜 싸?”

               “응, 그냥, 갈려고.”

               “어제 동생들 문제는 내가 사과할게. 나랑 같이 있자.”
               나는 아무 대꾸도 하기 싫었고, 몸 상태도 온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막 문을 열고 나 오니까, 어저께 나와 싸우다 중상을 입은 세 명을 빼고는 모두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부담스럽게 내게 ‘형님’ 하는 것이었다. “
               나는 당신들 형님이 아니오.” 하고 급히 빠져 나오려 했다.

               그러자 신이란 친구가 아이들 둘을 불러 내 짐을 들라고 시켰고,

               내 조그마한 손가방은 자기가 직접 들어 주면서 용산 역까지 배웅을 해 주었다.
               배웅하면서 하는 말이 “아이들이 그러는데, 권 형 주먹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

               던데 우리랑 함께 있으면 어떨까?”라고 물었다.

               “나는 그럴수 없네.”라고 딱 잘라 거절했다.

               우리는 그대로 헤어졌다. 그것을 끝으로 오늘까지 그의 소식을 모른다.



               그 길로 나는 여관을 하나 잡아서 약국을 다녔다.

               약 10일 정도쯤 지나니까, 젊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었다.

               그 동안은 약국에서 약만 열심히 먹고 발랐다.



               그리고 또 직장을 찾으러 잠실로 가는데 난리가 났다.

               길에는 무장을 한 경찰들이 쫙 깔렸고, 신문을 보니까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를 당
               했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허망했다.

               내가 우리 어머니 다음으로 좋아했던 분이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그 어른이 총탄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셨을 때도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것은 육 여사가 돌아가셔서 슬펐다기 보다는,
     QR
               박정희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까 싶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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