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BOOK01_ESSAY
P. 73

“안돼!” 하고 소리를 지를 틈도 없었다. 잠실 병원 앞쪽은 차도 많이 다녔고

         대로였다. 그런데 강아지는 그저 나만 바라보고, 주위에 차가 오고 가는 것은 보

         지도 않고 그냥 달려왔다.
         그러는 사이 달려오던 트럭이 그대로 깔고 지나갔다.




         바퀴 속에 깔리면서도 눈길은 끝까지 나를 주시하며 죽어갔다.
         그날 그 바퀴에 깔리면서도 끝까지 날 바라보던 한 생명과의 끈끈한 관계를 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날 이후 여러 날을 그 귀여운 강아지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했다.

         왜 학교 수업이 늦더라도 안아서 집에다 데려다 놓고 오지 못했던가 하는 후회와,
         내 자신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무척이나 화가 났고, 나 자신에 대해 자책을 많

         이 했다.






         세 번째 개와의 인연은 공릉동에 있는 원자력 병원을 갈 때의 일이다.

         공릉파출소 옆에 차들이 이리저리 뭔가를 피해서 지나가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개가 차에 치여서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서로들 그저 피해가
         기 바빴고, 어느 누구 하나 내려서 치우려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마주 오는 차들을 정지시켜 놓고 개를 들어서 안전한 인도에

         내려놓았다.
         마침 경찰이 오고 있기에 큰 소리로 알리고 다시 차를 타고 가던 길을 가면서,

         왜 이렇게 세상 인정이 메말라 가는가 하고 안타깝게 느낀 적이 있다.

         죽은 개도 개지만, 죽은 개를 두고 이리저리 피해가기에만 급급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슬픈 현대인들의 초상을 보는 것 같아 몹시 우울했다.




         네 번째 개와의 인연은 내가 공릉 테니스장을 운영할 때, 택시 운전하는 분들이
         테니스 코트 한 편을 임대해서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같이 보신탕이나 한 그릇 하자고 했다. 나는 그다지 개고기를 즐겨 하지

         는 않지만 그저 먹을 기회가 있을 때는 결코 마다하지는 않을 때였다.

         그래서 난 그분들과 함께 갔는데 그 분들은 산으로 나를 안내했고, 그 곳에 갔더
         니 개는 없고 여기저기서 돗자리를 깔아놓고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QR
         조금 있으면 개가 올 것이라 했다.


                                                     73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