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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할아버지와 나의 연기가 무르익을 정도의 시간이 지난후, 큰아버지는 마

         음이 약해 지셨는지,

         “아버님, 이제 그만 하시지요.” 하였지만....
         할아버지는 “이런 놈은 아주 본때를 보여줘서,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할아버지의 가짜 매질은 한동안 계속됐다.

         물론 할아버지 말씀대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다.



         그 사건이 있던 다음 날부터 큰아버지는 한동안 나에 대해 미안해하시는 것 같았

         고, 친척들만 모이면 내가 놋그릇을 훔쳐다 엿 바꿔 먹은 이야기를 즐겨 하시며

         껄껄 웃으시곤 했다.
         우리 친척들 사이에서는 놋그릇 사건이 언제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였고,

         한바탕 웃음을 선사하곤 했다.



         그 날 모든 게 끝나고 할아버지와 나는 조용히 이불 속에서 속삭였다.

         “왜 그랬냐?” 할아버지는 언제나 마찬가지로 다정스럽게 물어보셨다.




         할아버지의 물음에 나는....
         “너무나도 엿이 먹고 싶었고, 한 가락을 먹으나 열 가락을 먹으나 어차피 혼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그럴 바 에야 아예 많이 먹고 혼나자 해서 그랬어요.”

         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껄~ 껄~ 껄~ 웃으시면서....
         “내가 그래서 너를 좋아한다.”라고 하시면서....

         “아 암, 장차 사내 대장부가 되려면, 너 만한 배포는 돼 야지!” 라고 흡족해 하

         신다.



         그리고 나를 품에 꽉 끌어안고는 바로 잠드셨다.

         항상 할아버지 수염을 만지며 내가 먼저 잠이 들었던 거 같은데,
         그날은 할아버지 코 고는 소리를 한참 들으려 창밖으로 비치는 환한 달빛과 긴

         시간 동안 벗하며 잠이 들었다.




         그날 밤 나는 창문에 비친 교교한 달빛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고, 오랫동안
         그날 밤 달빛의 정겨운 느낌이 그대로 내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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