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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추억




               아버지와의 추억은 참 안타깝지만, 할아버지와의 추억만큼 아름답지는 못 했다.

               아버지는 참 정이 많고 심약(心弱)하신 분이셨다.
               남 어려운 것을 못 보고, 남을 위해서라면 실속 없는 일이라도 다 해 주셨

               지만 정작 가족에게는 그다지 베풀지 못하셨다.

               그리고 몸이 허약하셔서 늘 기침을 달고 살았고, 끝내는 폐병(폐결핵)으로 돌아
               가신, 어떻게 보면 무능력하고 또 무책임한, 그런 분이셨다.

               나는 아버지를 뵐 때마다 이런 결심을 했다.




               나는 이다음에 크면 내 가족을 철저히 잘 챙기고, 특히 사랑하는 아내가 생기면,
               아내가 행복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잘해 줘야지. 나는 아버지처럼 어머니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지….

               늘 그런 다짐을 하면서 살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내 또래 아이들이 남몰래 다들 한번쯤은 해 볼 법한 술 한 잔, 담배 한모금, 커피
               숍이나 당구장 한 번 출입한 적이 없는 말 그대로 모범생이었다.

               그것은 오로지 내 인생의 목표가 가족, 특히 나중에 있을 내 아내에게 행복을 선

               사해 주기 위해서, 옳지 않은 일, 부끄러운 일을 안 하려고 무척이
               나 노력했다. 오직 건강한 몸, 건전한 정신으로 아내를 사랑해 주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이미 그때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생각이 꽤나 조숙(早熟)했

               던 것 같다.



               당시 아버지는 글을 참 잘 쓰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동네 사람들 한문도 모두 대필해 주셨고, 아버지가 한문으로 무엇을 적어 주시면

               나는 그것을 들고 십 리, 이십 리 길을 달려가서 전달해 주곤 했다.



                                                     아 버 지 는

                                      참 정이 많고 심약(心弱)하신 분이셨다.

                  남 어려운 것을 못 보고, 남을 위해서라면 실속 없는 일이라도 다 해 주셨지만,
     QR
                                    정작 가족에게는 그다지 베풀지 못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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