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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아이에게 사랑을 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었고....
더군다나 사랑을 나누었던 사이도 아니니까 말이다.
제대를 어느 정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재붕이의 동생 재은이가 면회를 왔다.
재붕이를 면회하러 왔는데, 며칠간 외부로 훈련을 나가고 없어 나라도 만나고 가
야 하겠다는 생각에 면회를 요청해 온 것이었다.
내가 재은이를 알게 된 것은 같은 부대에 있던 재붕이와 휴가를 나갔을 때 재붕
이네 집에 함께 갔다가 우연히 재은이를 알게 되었고....
재붕이의 아버님과 어머님도 내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재은이를 보게 되었고, 오빠 대신 나라도 만나고 가겠다는
재은이와 면회실에서 만나 외박을 허락받고 나가게 된 것이었다.
그 날 나는 생전 처음으로, 외간 여자와 함께 한 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밤이 깊어 가도 잠이 오지 않았을 뿐더러, 어떤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아야 할지
도 잘 몰랐다.
결국 이런 얘기 저런 얘기로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은 나는 윗목에서 쪼그려 자고, 재은이는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다.
깜빡 잠이 들었을 때 윗목에서 쪼그리고 자는 나에게 재은이는 이불을 끌어다가
덮어주었다....그렇게 아침이 되었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이 밤을 그렇게 새고 또 아침에 일어나 그렇게 헤어졌다.
그 일이 아마도 재은이에게는 상당히 강한 인상을 주었던 모양이다.
그 일이 있은 이후부터 재은이는 나를 부쩍 더 따랐다.
마지막 휴가 때 나는 재은이의 집을 찾아가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재은이 부모님이 나를 위해 기꺼이 방 하나를 내어 주었고....
아침에 일어난 재은이가
“오빠는 일찍 잠들었나 봐. 방문을 두드려도 모르고 자더라.”라고 말했다.
그 이후 나는 제대를 했고 재은이를 만나 솔직하게 말했다. Q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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