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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잉어












         한 번은 어머니께서 시장에서 잉어를 사오셨다.

         “오석아, 이 잉어는 너 운동하는 데 먹이려고 사왔으니 잡아라.”라는 것이다.

         잉어는 싱싱했고 펄떡거리고 있었다.
         나는 얼른 물을 대야에 받아서 넣었다.

         그러자 잉어는 검고 푸르스름한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신나게 헤엄쳐 다녔다.

         나는 한참을 보다가 어머니께 잉어를 기르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웃으시며“너보고 잡으라고 한 내가 잘못이지. 이리 줘.”하시더니

         사정없이 머리를 두 동강 내시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어머니가  야속했고, 잉어에게  순간적으로나마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런 마음을 어머니는 알아채셨는지 앉으라고 하시더니,

         “오석아, 네가 생명을 그렇게 귀하게 여기는 것은 이해 하겠다만, 잉어의 운
         명은 자신을 우리에게 줘서 우리가 자신을 먹고 건강하게 살게 하고자 하는 것

         이 그들의 삶의 목적 이란다.” 하고 날 이해시켜 주었다.



         어린 심정이 그 바쁜 상황에서도 상처받을까 봐 자상하게 잉어에 관한 사항을 말

         씀해주시던 어머니의 자혜로움이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깊이 새겨져 있다.

         사려 깊은 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어머니께 어린 시절 삶을 배워서인지, 난 언제나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지금도 어머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잉어 한 마리도 삶의 목적이 있는데, 하물며 인간이 삶의 목적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 어머니의 음성이 귓전에서 메아리쳐 울린다.)

         “네에.... 어머니.... 삶의 목적을 가지고 오늘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
                                                                                                      QR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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